너는 나 보다 더 많은 나,
내 마음의 강물 열어보이네
내 마음의 기슭에서
종일 들려오는 잊을 수 없는 노래,
잠 못 드는 지중해물결 소리이며
삼나무 검푸른 잎새들의 손짓마저
타고난 정감어린 목소리,
우수의 길 훨 트인 목청에 담아
구비구비 뒤척이는 밤 파도소리,
저녁구름 따라 휘도는 갈매기 날개짓조차
못다한 사랑 흐느끼는 소리로 뽑아낼 때면
객석의 여인들은 발을 동동 굴리며
외마디 비명을 질러대었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앞뒤좌우 몸을 흔들어대며
손을 길게 위로 뽑아
허리를 꼬고 비틀며 춤을 출 때면
아, 안달루시아, 더운 바람 속에서
자라난 너의 깊고 검은 눈동자 속에는
밤하늘의 별송이들 터져나오고
관객들은 말없는 찬탄에 황홀해하였다
저 고대스페인, 전쟁과 해적질 들끓던 항구,
바닥의 질척한 그리움마저
퍼올린 짙푸른 너의 목소리에는
유년의 어둠과 업의 고뇌가 녹아 있어
더 단내나는 너의 목소리에는
동양의 여인조차 덩달아 빠져드는데
지중해에서 캐낸 진주가 더 매혹적인 양
밥잠 못 이루는 여인네의 가슴 설레임,
그렇게 네게로 달려가 닿는
그녀의 기쁜 외침이 무지개 곡선되어
너의 마음의 등어리를 타고
네 몸속 기관을 온통 휘돌아다닐 때
너의 목소리는 어느새 독특한 빛의 덩어리로
산화하여 대기 속으로 퍼져나가고
환청에 주린 여인의 눈빛은
저도 모르는 사이 달콤한 설탕물에 녹아들었지
그렇게 세계를 목소리로 주름 잡으니
무대야말로 너의 집,
비록 가정은 깨어졌지만 세계의 지붕이
다시 너를 일으켜세우는 발판이 되었지
그래, 너를 사랑하는 길은
너의 예술의 열렬한 팬이 되는 길,
다른 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