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일 토요일

그애가 물동이의 물을 한 방울도 안 엎지르고 걸어왔을때

그애가 물동이의 물을 한 방울도 안 엎지르고 걸어왔을때

- 서정주

그애가 샘에서 물동이에 물을 길어 머리위에 이고 오는 것을 나는 항용 모시밭 사잇길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동이갓의 물방울이 그애의 이마에 들어 그 애 눈썹을 적시고 있을때는 그 애는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갔지만, 그 동이의 물을 한 방울도 안 엎지르고 조심해 걸어와서 내 앞을 지날때는 그 애는 내게 눈을 보내 나와 눈을 맞추고 빙그레 소리없이 웃었습니다. 아마 그 애는 그 물동이의 물을 한 방울도 안 엎지르고 걸을 수 있을때만 나하고 눈을 맞추기로 작정했던 것이겠지요.
완벽주의 소녀....... 보고 싶어서 어떻게 견뎠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