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8일 월요일

완행緩行

당신 얼굴에
패랭이꽃 핀 줄 모르죠
저 꽃 얼마나 먼 길을
홀로 걸어왔는지 모르죠
흙먼지 날리는 비탈길을
진흙에 무릎 빠지는 언덕길을
마다않고 내게 온 것을 알아요
나 보라고 저리 붉게 핀 것을
햇살 받아 몸 열어주는 것을
내게 올 때처럼 갈 때도
그렇게 천천히 갔으면 해서
눈길 한 번 주지 못했어요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했지요
달아날까 손 내밀지 않았어요
어두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꽃 허리 무너질 것 같아
옆에 붙어서 나란히 걸어갔지요
당신과 함께 꽃 지고 싶어서
나도 머리에 투구꽃 쓴 줄 모르죠
물 없는 사막을
얼음 많은 빙하를 넘어
오체투지로 꽃 핀 것을 모르죠
그렇게 천천히 다가가서
몸 닫아주는 것을
자줏빛 꽃잎이 자꾸 몸에 부딪혀
눈 감고 당신에게 걸어가야 할
완행緩行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