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3일 수요일

황홀한 거짓말 -유안진-

<사랑합니다>
너무도 때묻힌 이 한마디 밖에는
다른 말이 없는 가난에 웁니다.
처음보다 더 처음인 순정과 진실을
이 거짓말에 담을 수 밖에 없다니요.
겨울 한밤 귀뚜라미 거미줄 울음으로
여름밤 소쩍새 숨넘어가는 울음으로

<사랑합니다>
샘물은 퍼낼수록 새물이 되듯이
처음보다 더 앞선 서툴고 낯선 말

<사랑합니다>
목젖에 걸린 이 참말을
황홀한 거짓말로 불러내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