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우울한 날
내가 사는 것은
내가 사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나를 지탱해 온
사랑의 뿌리가 있기에
내가 숨 쉬고 움직여
무언가 해내고 있는 것이다
사랑이 없이 내가
숨 쉴 수 없는데
그래서 사랑 없이는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데
가끔은 시체처럼 걷다가
문득 사는 이유를 묻는다
지나는 바람은 대답하지 않고
바쁘게 가던 길을 갈 뿐이고
모이를 쪼던 비둘기도
후다닥 달아나네
아
사랑은 어디에서
나를 찾아 헤매는가
내 안의 사랑이여
너는 어디로 갔느냐
어디로 갔기에
나를 방황하게 하느냐
저 골목을 돌아가면
잃었던 너를 찾을까
저 육교를 건너면
너를 만날까
온종일 헤매어도
너를 느낄 수 없는 날은
가장 우울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