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니
죽었던 육신의 꽃이 다시 피었다
상고대라는 서리꽃, 흰꽃으로
손목의 맥박이 힘차게 뛴다
엊그제 들판에 지천이었던
색색의 꽃에
잠시 한 눈 팔다가
눈에 백태가 끼었나 보다
혈육 잃은 나무도
몸 갈라진 바위도
한 송이 희디흰 꽃이다
아픈 상처를 덮어주는
서리꽃이 솜이불처럼 따스하다
강풍이 이는 곳으로
한 그루 나목 같은
우뚝 솟은 절벽 같은
내가 자꾸 기울어지고 있다
허허한 겨울을 이겨내려고
미리 마음을 굳게 먹은 나도
서리꽃이 되고 싶은 모양이다
아직 철 모르는 어릴 적
그 속에 들어가 숨어 있으면
방금 불 지핀
부엌의 아궁이 같은
어머니의 흰 치마폭
서리꽃이 어깨 너머 온통 피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불시에 사랑처럼 눈 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