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통을 벗어 젖힌
근육질의 사내가
장작과 맞붙고 있다
세상과 한 판 승부를 겨루고 있다
구경꾼이라고는
톱으로 베어져
켜켜이 쌓여진 참나무들의
팔, 다리, 허리들뿐이다
속살 허옇게 드러내고
제 편을 응원하는 소리가
잘릴 때의 섬뜩한 비명 같다
말뚝 박은 마당에
삶 하나 보듬어 올려 놓고
네 생긴 것이
도대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날 선 도끼가 창공에 번쩍이면
쩍, 소리치며
투명음으로 갈라진다
정확하게 반으로
바닥에 나가 떨어지면서
시합은 끝이 나겠지만
만일 그대가
무딘 도끼로 서툴게 내리치면
득달같이 달려드는 조각에
한 대 얻어맞고
사지 뻗으며 패할 수밖에 없다는
장작 패기
나도 한 사내가 되어
지금의 나를 당신에게 올려놓고
도끼로 세게 내려치면
쩍, 쩍, 하며 제대로 갈라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