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5일 목요일

이런 바보…

이런 바보…


마음이야 어찌 애리지 않았을까만

채울 수 없는 바라기 바라기에

어느 곳 가든 잘 살아라

두 손 모으고 보내드린 당신인데

문(門) 소리 끝나기도 전에

벌써 호자 되었다는 소릴 듣고 있다
팔만사천번 인도(人道) 환생한다더라도

남의살 된 당신 엿보다

무간(無間)의 나락(奈落)에 떨어진다더라도

돌라내 게비에 꼬불쳐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고픈 당신이었는데
내 살보다도 소중한 살 중의 살

당신이었는데 보내드렸는데

이리 퇴박맞고 다시 혼자 되었다

이야길 듣고 있다

애초 보낸 게 아니었는데…

옷섶이라도 잡고 매달렸어야 했는데…

온갖 상념(想念)만 머릿속을 떠다닐 뿐

떠나는 당신 멀거니 쳐다보듯

돌아선 당신에게 선뜻 달려가지도 못하니

꽁지벌레라 당신 야속해 할까 두렵구나

미안코 미안코

정말 미안쿠나
어디 아픈 데라도 없을까

진데 잘못 디뎌 접질리지나 않았을까

당신 손자락이라도 잡고 딩굴며

애닳던 내 가슴 풀어헤치고도 싶지만

아직도 붉은손(赤手) 뿐인 이 몸포가

달려나가는 마음을 붙들어 세워 막아버리는구나

이제 어딜 가려느냐

의탁할 곳이라곤

눈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 이 펀더기에서

한뼘 쉴 자리도 구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나 또한 구경꾼 되어 무심히 지켜보고만 있으니

당신 사랑하기는 했을까

물음표만 떠다니고 있다

떠나버린 사랑은 그렇게

과거로만 남는가

팔만사천번 인도환생 언약은

당신을 꼬드기는 희떫은 소리에 지나지 않던가

삘기처럼 내미는 한자락 그리움마저

현실은 오늘이라는 이름으로 짓뭉개고 떠난다

어쩌먼 조까

어쩌먼 조까
나는

뭉크러져 버린 그리움을 거둬 조각 맞추며

무기력하게 눈물만 흘리고 있다

정녕 나는

사랑의 패배자도 되지 못하는

무지렁인가 보다

어째야 쓰까

어째야 쓰까

(후기)
- 인도(人道)

불교에서는 생명체는 육도(六道) 윤회를 한다고 보고 있는데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阿修羅), 인간, 천상(天上)이 육도(六道)에 해당한다
- 돌라내다

남의 것을 슬쩍 빼돌려 내다
전라도에서 많이 쓰는 말이나 사투리는 아니다
- 게비

『호주머니』의 전라도 방언
- 내 살보다도 소중한 살 중의 살…

창세기 2 : 23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이것을 남자에게서 취하였은즉
여자라 칭하리라
- 꽁지벌레

성질이나 언행이 도리에 어그러진 사나운 사람
심사(心思)가 고약해 남의 일을 해치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비유해
『심사(心思)가 꽁지벌레라』라 말한다
- 몸포

몸뚱이


- 펀더기

넓은들, 광야(曠野)
- 삘기

띠의 새로 돋아나는 어린 싹
삘기가 피어 나면 어찌 할거나/
피어난 삘기꽃 같이 된다지
(설창수, ′삘기 노래′)
- 어쩌먼 조까
- 어째야 쓰까

『어찌하면 좋을까』의 전라도 방언

두 번 되풀이함으로써 무기력하게 체념 상태에 빠져 어쩔 수 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는, 그러나 쫓기듯 조급한 심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다
주말연속극 『애정의 조건』에서 이보희가 자주 쓰는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