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는
유난히 비 많이 오고
세상이 축축하게 다 젖었으니
당신의 몸
한 삽 한 삽 조심스레 파내려가면
오래 전에 묻혔던
내 유물(遺物)이
불현듯 얼굴 내밀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만날 약속으로
품속에 넣고 애지중지한 관옥(管玉)
손으로 뚝 분질러
살아, 당신 하나 가지고
죽어, 내 머리맡에 하나 놓고
천 년도 지난 오늘
어느 가문의
아들과 딸로 우연히 만났으니
그 때의 부절(符節)이 맞는 것인지
당신과 나를 맞춰보자
당신은 오래 전의 그 여인
지어미의 미소를 닮아 있고
나는 또, 오래 전의 그 사내
지아비의 눈빛을 닮아 있고
내 유물에는
왕관도 없고 찬란한 보물도 없어
내 몸에 묻힌 당신에게는
금비녀도 진주목걸이도 없는데
내 마음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유리 관옥,
금보다 더 변치않는 신표(信標)
목숨으로 맹세를 하는 당신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