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5일 수요일

시월의 바닷가

조금은 쌀쌀한 바람이 불던 시월의 바닷가
파도 소리가 웅장하게 가슴을 울리던 바닷가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남기며
혼자서 걸었습니다
추억을 꺼내어 바다 위에 한아름 펼쳐 놓고
보드라운 모래벌판 위에
그리운 얼굴들을 그려 놓았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이
느린 걸음으로 물가를 따라 걷고
철없는 아이들이 하나 둘
장난을 치며 달리고
회색빛 물새들은 떼지어 날아오르고
힘차게 날개짓하며 재잘재던 바닷가
우연히 멈춘 걸음 앞에
누군가 새겨놓은 인어공주와
잊혀진 기억을 꺼내놓은 듯한 사진 몇 장
인어가 되어버린 그녀를 기다리며
다시 돌아오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그는 가슴에도 인어를 새겼을까요
잠시 그를 위해 기도하며
혼자서 걷는 바닷가 모래 위에
다음에는 그녀와 나란히 걷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 채유진 시집 / 그리움의 연가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