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쌀쌀한 바람이 불던 시월의 바닷가
파도 소리가 웅장하게 가슴을 울리던 바닷가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남기며
혼자서 걸었습니다
추억을 꺼내어 바다 위에 한아름 펼쳐 놓고
보드라운 모래벌판 위에
그리운 얼굴들을 그려 놓았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이
느린 걸음으로 물가를 따라 걷고
철없는 아이들이 하나 둘
장난을 치며 달리고
회색빛 물새들은 떼지어 날아오르고
힘차게 날개짓하며 재잘재던 바닷가
우연히 멈춘 걸음 앞에
누군가 새겨놓은 인어공주와
잊혀진 기억을 꺼내놓은 듯한 사진 몇 장
인어가 되어버린 그녀를 기다리며
다시 돌아오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그는 가슴에도 인어를 새겼을까요
잠시 그를 위해 기도하며
혼자서 걷는 바닷가 모래 위에
다음에는 그녀와 나란히 걷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 채유진 시집 / 그리움의 연가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