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8일 금요일

벚꽃을 보고

벚꽃을 보고

정영숙
 
 나는 너를 꽃으로만 부르고 싶다
 멀리서 부르면 구름 밭에 피어 있는
 목화송이가 고개 끄덕이며 답하는 것 같고
 곁에서 부르면 가을 들녁에 옹기종기 모여
 햅쌀밥 먹고 노래가락 부르고 춤추는
 수건 쓴 여인들의 모습 같은 너.
 그래서 나는 너를 꽃으로만 부르고 싶다
 
 나는 너를 꽃으로만 보고 싶다
 뒤돌아보면 흰옷 입은 천사들이 나를
 지키기 위해 무리지어 서 있는 호위병 같고
 앞으로 보면 연분홍 환상의 꿈 빛을 쫓아가는
 철새들 같은 너.
 그래서 나는 너를 꽃으로만 보고싶다



나는 너를 꽃으로만 사랑하고 싶다

그것도 배시시 웃는 작은 입술의 꽃이 아니고

비어있는 온 입을 다 보이고 웃는 너

그래서 나는 너를 꽃으로만

사랑하고싶다.

내 마음 깊은 곳에 가시꽃의 뿌리가 묻혀있어도

너를 만나면 기억상실에 걸려

그냥 벚꽃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싶다.



정구찬의 ´라면을 끓이면서´ 외"> 복효근의 ´목련에게 미안하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