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7일 금요일

나태주의 ´교회 종소리´ 외


<교회에 관한 시 모음> 나태주의 ´교회 종소리´ 외
+ 교회 종소리

아홉 시에 울리는
교회 종소리는
주일학교 종소리
죄 짓지 않은 아이들
죄 짓지 말라
부르시는 종소리

열 한 시에 울리는
교회 종소리는
대예배 종소리
죄 많이 지은 어른들
어서 와 회개하라
부르시는 종소리.
(나태주·시인, 1945-)
+ 교회

아버지가
늘 혼자 사시는 집

오늘은 그 아버지가
아프시다

수많은 자식들
세상에 나가
온갖 죄 다 지어
아버지께 드렸으니

아버지 언제 다시
일어나실 수 있으실까?
(이영춘·교사 시인, 강원도 평창 출생)
+ 교회

울타리 없는
양들의 방목장

하늘의 영광과
땅의 평강을 함께하는
양들만이 들어가는
마음의 고향

하늘소망 하나
걸어 놓고
어둠을 몰아내며
새 삶을 키우는
그 곳은 성전.
(류정숙·시인)
+ 언덕 위의 교회

빨간 양철 지붕을 덮고
종각이 서 있고
그 종각 위엔
하얀 십자가가 서 있었다.

종치기 할아버지는
새벽잠이 없어
동이 트기도 전에 일어나서
종을 친다.

새벽 종소리가 나기를 기다리시던
어머니는
그 종소리가 멎기도 전에
집을 나서
언덕 위의 교회로 가시고
나는 천로역정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새벽 통성기도 소리는
우리 집까지 들려왔다.
늙으신 평안도 목사님은
사투리로 기도를 드린다.

이 잠자고 있는 나라 백성들을
주여! 흔들어 깨워 주십시오.
죽음의 잠에서
눈뜨게 하여 주십시오.
목사님의 음성은
언제나 떨리고 있었다.

새벽의 기도가 끝나고
교회 언덕을 내려오시는
어머님의 반백 머리 위에
아침 햇살이
조용히 내려와
앉아 있었다.
(황금찬·시인, 1918-)
+ 새 교회

풀잎들 신음하고 흙과 물 외치는 날

오랜만에 교회에 간다.

산 위에 선 교회
벽만 있는 교회
지붕 없는 교회

해와 달과 별들이
나와 함께 기도하고
혜성이 와 머물고

은하수와 성운들 너머
온 우주가 내려와 춤추고
여자들이 벌거벗고 웃는다.
흰 수건 흔들며 노래한다.
유혹인가?

나의 새로운 교회
풀잎의
흙과 물의 교회
새 예수회 교회

꿈인가?
(김지하·시인, 1941-)
+ 그리운 종소리

교회마을 십리 밖에
나는 살았다
잠결인지 꿈결인지
새벽이면 들려오는

댕그랑앙앙아아 댕그랑앙아

문풍지 소리만큼
여린 숨소리를
잠귀가 밝았을까
나는 들었다.

일어나아아아 일어나아아아

귀에 익은 어린 음성
소년 예수가
내 귓불에다
그렇게 소곤댔다.

일어나도 잠에 취하여
베개에 얼굴 묻고
무어라 기도했나
생각하지 않지만

아직도 생생한 40년 전 종소리
창호문에 배어드는 새벽물벌 같은
파르스름 열리는
소년의 숨결이여

십리 길 멀다 않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까망머리 덮고 자는 내 소라귀로
새벽마다 달려오던
그 맑은 숨소리여

서울까진 못 오는가
안동군 엄동면 장터마을 중평교회
나의 첫 교회의
그리운 그 종소리는-
(유안진·시인, 1941-)
+ 시골 교회 가는 길

솔밭 사이 언덕길로
교회 가는 길
주일 학생들은 솔방울처럼
뚜그르르
잘도 굴러가다가

유채꽃 고운 밭둑길에서
나비처럼 훨훨
날개를 펴내요
양쪽 겨드랑이에
노랑 날래 달고
교회 있는 교회 안길로
접어드네요

골목마다 퍼져 있는
아이들의 찬송 소리
유별나게 맑은

여선생님의 고운 소리에
교회 창문이 열리면
우르르 따라 들어간
파아란 시골 바람
향그런 꽃냄새

하늘나라 얘기는
교회 안에 재미있게
가득 차 있어
주일 학생 모두 싣고
하늘로 올라간다

시골 교회 가는 길은
하늘로 가는 길
하늘나라 가는 길에
시골 아이들
모여든다
(최일환·아동문학가, 1939-2005)
+ 교회 앞 구멍가게

예배당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을
언제나 나오려나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구멍가게

교회 앞 구멍가게를 바라볼 때마다
성전 미문에 앉아서
구걸을 하던 날 때부터
앉은뱅이 생각이 나네

나는 보네
세상에 반쯤 문을 열어 놓고
교회를 다니는 중에도
무슨 재미있는 과자가 없을까
즐거움이 언제쯤 나오려나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구멍가게 같은 나를

나는 항상 건강한 두 다리로
바르게 걷는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늘
교회 미문 앞에 앉아 있으니

나는 언제나
마음의 건강한 두 다리로
온 교회를 뛰어다니며 걸으며
찬양이 되어 보려는지

교회 앞 구멍가게는 영락없이 나네.
(서수찬·시인, 1964-)
+ 울릉도 구암교회 추억

1963년 8월 무더운 여름
해변 언덕길을 위태위태
걸어서 산 고개를 몇인가 넘어
산골 아주 작은 마을을 기어가듯
올라가 구암교회 예배당에 이르렀지

담임 목사도 없는 교회에서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어린 교사들과
여름성경학교를 며칠 동안 하였는데
그 맑은 호수, 초롱초롱 빛나던
어린이들의 그 순한 눈빛에 취하여
세월 가는 줄을 몰랐었지
비행기를 본 어린이는 많았어도
기차를 본 어린이는 없다던
그들이었지

그들이 그립다
(임종호·목사 시인)
* 울릉도 구암교회 예배당이 태풍 ´매미´에 날라 갔다는 소식을 듣고
+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 - 캐나다 문학기행

장난감 모형 같은
작은 집에
하나님을 만나러 들어가는
사람을 보았다.

나이아가라 도심에서
토론토로 돌아오는 길목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믿음을 체험하고 있다.

좁다란 길로
들어가는 여신도의 얼굴에서
천국이 열리고
에덴의 향기로 그윽한 집
참사랑으로 이끄시는 손길을 보았다.
(김윤자·시인)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김시태의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