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5일 수요일

빗물의 고인 그리움

빗물의 고인 그리움

-박 순 기-

오늘은 빗소리마저
가슴 저 밑 꺼내지 않았던 비밀 하나
슬쩍 꺼내 들고
창밖 수채화 물감 풀어 그림을 그리라 한다

어느 지난날
품에 안긴 포근한 그 사람 냄새가
어찌나 좋던지
군락 익혀낸 그 어떤 향수보다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기억의 향기

저 빗줄기
멀리 손내밀면 기억 저편 돌아
다정히 속삭였던 그 소리
가슴으로 안기어 만질 수 있을까

이제껏
잊은 척 아닌 척 애써 삶 속 묻혀놓고
지난밤 꿈속 홀연히
내 손 꼭 잡고 울먹이던 뒷모습
소스라치게 잡고 놓지 않으니

새벽 안개 입안 가득 물고
후후 불며 떠나는 시간으로
또 날 묻고
저토록 집요하게 내리는 빗소리
그리움의 기억 자꾸만 들춰내누나

008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