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5일 수요일

헌화가(獻花歌)

벼랑의 꽃이
너무 위태로워서
당신을 뚝 분질러 꺾는다
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서
가파른 절벽에 맨손으로 매달려
거기 수레 위에 앉은
꽃에게 당신을 보여 드린다
만발한 당신으로 인해
꽃 금세 시들어버리는 것이어서
내 화병 속은 늘 공허하다
빼앗긴 꽃의 자리에는
다시 꽃 피지 않는다는데
꺾인 당신의 허리에서
왜 이렇게 향기가 짙어가는 것이냐
내가 준 꽃이 못 미더워
당신도 나를 꺾고 싶은 것일까
내게서 사철 꽃 피는가
당신도 들여다 보고 싶은 것일까
꽃은 벼랑에 붙어있어 위험하고
나 또한 당신처럼 위태로워서
당신 꺾을 때마다
절벽 아래로 툭 떨어져
비명도 못 지르고 죽는 것이다
독 같은 나의 병 속에
당신을 꽂아놓고
두고 두고 꽃 보고 싶은 것이다
눈 뜨면 시들어 버릴 꽃 대신
나를 분질러 꺾었는데
여태 살아 있어
꽃 한 송이 당신에게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