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6일 금요일

빨래터, 청계천을 위하여

청계천 두터운 멍석 덮어
주검처럼 무덤처럼 죽여 버리기 전에
그곳은 아낙네들의 빨래터였다
아으 다롱디리 아으 다롱디리
빨래터는 어머니가 만들어준 방이다
말 많은 이 세상 평정하듯
방망이로 고루고루 두들기기도 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듯
연약한 살갗 문지르기도 하면서
며느리들 모두 물가에 덜썩 주저앉아
흘러가는 물과 이야기를 나눈다
빨래터는 마루다 열린 마당이다
말들이 입에서 쏟아져 나오고
허공을 떠돌다 말들이
입으로 눈으로 쏟아져 들어가고
거칠 것 없이
하늘로 땅으로 파고든다
추억의 물살로 흘러가다 되돌아오는
빨래터는 광장이다 힘이다
자유와 해방의 공간이다 빨래터는
철사줄로 묶여있던 상처들이
죽은 피처럼 터져 풀어지는 곳
속곳 헤치고 신바람나게 펄럭이는 곳
허옇게 나부끼며 빛나는
깃발이 있는 곳
아으 다롱디리 아으 다롱디리
빨래터는 생명의 터전이다 존재다
목숨에 새옷 입히는
재생의 공간이다
검은 것 누런 것 퍼런 것들
물속에 눕혀놓고 익사시켜
다시 살아나게 하는 빨래터는
우물 깊숙이 샘물 터져나오는
어머니의 자궁이다
꽃의 뿌리다 풀의 뿌리다 물의 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