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3일 목요일
박재삼 시인의 ´라일락꽃을 보면서´ 외
<라일락에 관한 시 모음>
박재삼 시인의 ´라일락꽃을 보면서´ 외
+ 라일락꽃을 보면서
우리집 뜰에는
지금 라일락꽃이 한창이네.
작년에도 그 자리에서 피었건만
금년에도 야단스레 피어
그 향기가 사방에 퍼지고 있네.
그러나
작년 꽃과 금년 꽃은
한 나무에 피었건만
분명 똑같은 아름다움은 아니네.
그러고 보니
이 꽃과 나와는 잠시
시공(時空)을 같이한 것이
이 이상 고마울 것이 없고
미구(未久)에는 헤어져야 하니
오직 한번밖에 없는
절실한 반가움으로 잠시
한자리 머무는 것뿐이네.
아, 그러고 보니
세상 일은 다
하늘에 흐르는 구름 같은 것이네.
(박재삼·시인, 1933-1997)
+ 라일락
가지마다 숨겨진
작은 향기 주머니
이름 석 자 뒤에도
묻어나는 냄새
향기로만
나무가 되려는 나무
소올솔
작은 주머니가
올을 풀어서
봄 하늘을
향긋하니 덮어 버렸다.
(정두리·아동문학가)
+ 나무의 귀
바람이
나무의 귀를 닦아 주었습니다.
햇살도 귀를 어루만져 주면서
˝너는 좋은 말만 들어야 돼.˝
˝좋은 말만 들어야 돼.˝
하고 손까지 잡아 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무는
예쁜 꽃과 잎을 피웠습니다.
하느님은
나무가 좋은 말만 듣는다고
꽃향기까지 하나 더 주었습니다.
그래선지 라일락나무는
지금까지
바람의 속삭임과 햇빛의 고운 결로만 짠
보랏빛 연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노원호·아동문학가)
+ 라일락 그늘 아래서
맑은 날 네 편지를 들면
아프도록 눈이 부시고
흐린 날 네 편지를 들면
서럽도록 눈이 어둡다
아무래도 보이질 않는구나
네가 보낸 편지의 마지막 한 줄
무슨 말을 썼을까
오늘은 햇빛이 푸르른 날
라일락 그늘에 앉아 네 편지를 읽는다
흐린 시야엔 바람이 불고
꽃잎은 분분히 흩날리는데
무슨 말을 썼을까
날리는 꽃잎에 가려
끝내 읽지 못한
마지막 그 한 줄...
(오세영·시인, 1942-)
+ 라일락
당신, 라일락꽃이 한창이요
이 향기 혼자 맡고 있노라니
왈칵, 당신 그리워지오
당신은 늘 그렇게 멀리 있소
그리워한들 당신이 알 리 없겠지만
그리운 사람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족하오
어차피 인생은 서로 서로 떨어져 있는 거
떨어져 있게 마련
그리움 또한 그러한 것이려니
그리운 사람은 항상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런가
당신,
지금 이 곳은 라일락꽃으로 숨이 차오
(조병화·시인, 1921-2003)
+ 라일락
탐스런 송이송이
연보라 빛 꽃향기가
발길을 잡으면서
눈길을 멎게 하네.
사르르
그 향기에 취해
갈 길조차 잊었네.
가까이 더 가까이
가슴으로 느끼면서
그 향기 좇고 좇아
나를 잊고 네게 가네.
스르르
네 향기에 젖어
아른대는 영상이여.
(자헌 이정자·시인)
+ 라일락
바람 불면
보고 싶은
그리운 얼굴
빗장 걸었던 꽃문 열고
밀어내는 향기가
보랏빛, 흰빛
나비들로 흩어지네
어지러운 나의 봄이
라일락 속에 숨어 웃다
무늬 고운 시로 날아다니네
(이해인·수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워즈워드의 ´무지개´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