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4일 금요일

선물(膳物)

오늘도 그대로부터 선물을 받았어요
아무도 찾아 오지 않는
내 가슴 속의 시골 먼 곳까지
우표도 붙이지 않고 배달되어 온
귀한 선물
겨울의 우체부가 전해준
눈송이가 예쁘게도 내리네요
그대의 고운 마음으로 포장된
선물은 땅 위의 모든 것에
축복을 내리는 것과 다름 아니겠지요
그런데 지난 날에 그대에게 받은
저 봄날 초록빛 생명의 물길 같은
뜨거운 심장을 서늘하게 식혀주었던
한 줄기 여름의 소나기 같은
눈부시게 단풍 들다 낙엽되어 사라지던
헌신과 희생의 가을 나뭇잎 같은
선물도 아직 다 풀어보지 못했는데
오늘도 나는 두 손을 공손히 들어
그대의 소중한 마음을 받는 것이에요
그대가 나에게 준 그 어떤 것도
귀하지 아니한 것이 없으니
오늘도 나는 그대의 선물에
눈이 멀고 귀가 먹는 것이랍니다
철따라 그대가 나에게 준 선물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고 큰 것이라서
한 아름 품고도
눈속에 다 담아 둘 수가 없어서
나는 그대에게 보물 같은 선물만 받고
무엇을 하나 준 적이 없어서
오늘 나도 겨울 눈송이가 되어
그대의 마음 속에 내 마음을 가득
뿌려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였지요
먼 길 마다 않고 내게 달려온
그대의 선물은 은하계보다 더 아름다워서
나 혼자서만 간직하기가 싫은 것인데
그 기쁜 사람의 손길 닿은 것들을
풀어보지도 않고 바깥 마당에 동네 어귀에
하나 가득 쌓아 놓은 것이지요
오늘 아침에도 일찍 일어난
하해와도 같은 둥근 저 달과
외롭지 않게 옆에 앉아 달콤한 말 속삭여주던
저 별도 알고 보니
그대가 나에게 준 선물(膳物)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