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9일 월요일

불의 고리

生의 지하에
펄펄 끓는 도가니가 있어
숙달된 대장장이가
타오르는 불로
고리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모루에 놓인 불덩어리를
쇠메로 잘못 두들겼는지
불씨 몇 개가 튀었다
엉덩이 같은 뿌리에 옮겨 앉았다
등뼈를 타고 올라가
머리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다
별안간 천둥소리 들리더니
장미꽃 기둥이 무너졌다
울부짖는 박달나무의 소리가 들렸다
예언처럼 우물은 넘쳐 흐르고
땅이 갈라졌다
지붕을 받치고 있었던 두 다리가
힘없이 무너져 내려앉았다
무거운 돌에 사방 갇혔다
쉬지 않고 내뿜는 연기로
새들이 독감에 걸려 날아가지 못하고
푸르렀던 하늘이 백지장이 되었다
울화 같은 화염이 터져
천장까지 닿았다고 하는데
폭우가 쏟아졌다
세상이 순식간에 늪지로 변해버렸다
손에 손 잡은
저 環의 고리를 끊어버려야겠다
둥근 반지 낀 손가락을
도끼로 내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