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아래에서
내 생의 노오란 감 잡았다
저 감 아직 떫어서
먹기에 이르니
그냥 앉아서 구경만 하는 것이다
새들도 몇 번 쪼아 먹은 뒤에 버려서
감들이 시신처럼 뒹굴고 있다
한 철 잘 놀았다고 떠나간 뒤라
생이 무소식이다
지난 폭우에도 가뭄에도
꿋꿋하게 잘 버티더니
새롭게 또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감나무 아래에서
감 한 알 얻으려고
언제나 나는 서성거릴 뿐이다
저절로 떨어진 감 하나 들고
먹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고
그 둥글고 단단한 삶에
감명이 깊어서
오래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다
비가 올 것이라고 예감하더니
감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감나무 아래에서
감감한 나를 알게 되어
그저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