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2일 화요일

당신의 빈 방을 채우는 내 그리움

당신 빈 방을 채우는 내 그리움

당신이 내게 다가오면서 보내오던 편지에는

당신의 그리움과 함께 당신의 향내도 실려왔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떠난 지금 보내는 내 편지에는

내 그리움은 가득 담겨 있지만

내 체취는 차마 실어보내지 못 했습니다

당신이 보내온 편지에 담겨진 그리움까지 합쳐

내 그리움을 두 배로 키워 보내기 위함입니다
당신이 떠난 후 거는 내 전화에는

당신의 목소리가 실려오지 않습니다

당신에게 전화를 걸면서도

제발 받지 말아줘…… 기도합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건 전화가 울다 지칠 때

안도의 한숨과 함께 전화기를 놓습니다
그래도 당신에 대한 그리움이 내 가슴을 흘러넘칠 때는

당신 집 앞을 몰래 지켜보다

당신이 집을 비울 때만 전화합니다

당신에게 헤집혀 가슴에 남겨진 상처가

의미없이 헛도는 대화로 덧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전화에 담긴 내 그리움이

당신의 매마른 목소리에 잦아들까 걱정한 때문입니다
당신에게 거는 내 전화는

사랑의 말 대신 그리움을 벨 소리에 실어

당신 빈 방을 빽빽이 채웁니다

벨 소리는 빈 방 여기저기를 부딪치며 어지러이 돌아다니다

용케 당신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내

구석구석에 내 그리움의 씨앗을 뿌립니다
그리고 당신이 외출에서 돌아와 잠이 들면

그리움은 스멀스멀 머리를 내밀고

당신의 자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손가락에서 미처 지워지지 않은 사랑의 언약을 뒤져보고

당신의 입술 위에 내 입술 소식을 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당신에게 바치는 내 마음의 편지가 되어

당신 가슴에 흔적처럼 남아 있는 무심(無心)을

헤집고 들어가

여기 저기 내 사랑의 씨앗을 뿌려 놓습니다
난 그때

꿈 속에서 당신을 만나

옛 사랑에 다시 불을 지핍니다


(후기)

이 시는 이전에 싱었으나 분류가 안 되어 다시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