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면 
사는 일에서 가끔은 
바람이 이는 날도 있다 
느티나무에 이는 
바람의 흔적을 따라 가노라면 
나는 어느새 
홀로 서있는 날이 있다 
지평선 끝 
가라앉은 시간들이 
풀잎처럼 흔들리면 
덮어두고 살아온 날들조차 
몸을 일으킨다 
사는 일에서 
몇 안되는 소중한 기억들마저 
강물속으로 흘러들이고 
사소한 날을 붙잡고 서있는 나를 본다 
바람이 불면 
내 손에서 하나씩 풀려나가는 작은 하루들 
바람이 가는 길을 따라 가노라면 
나는 어느새 
깊은 강물을 건너고 있는 것을 
이 순 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