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9일 월요일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면

사는 일에서 가끔은
바람이 이는 날도 있다
느티나무에 이는
바람의 흔적을 따라 가노라면
나는 어느새
홀로 서있는 날이 있다

지평선 끝
가라앉은 시간들이
풀잎처럼 흔들리면
덮어두고 살아온 날들조차
몸을 일으킨다

사는 일에서
몇 안되는 소중한 기억들마저
강물속으로 흘러들이고
사소한 날을 붙잡고 서있는 나를 본다

바람이 불면
내 손에서 하나씩 풀려나가는 작은 하루들
바람이 가는 길을 따라 가노라면
나는 어느새
깊은 강물을 건너고 있는 것을
이 순 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