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4일 월요일

침묵하려는 이유

이를테면, 싯퍼런
갓김치 이파리
그처럼 까칠하게 날 선
몇 마디 말로
푹ㅡ 긋듯이 이야기 하기보다는
파릇이 내려감은 눈썹
그 가녀린 떨림 하나 만으로도
정 솟아 퍼내는
이야기 할 수 있겠지

저녁나절에
맥없이 주저앉는 하늘자락이
현관 앞 댓돌에서
한 없이 나를 침묵시키듯
눈(目)에 밟혔던
그리운 이들을 만나기라도 하면
고요함, 그 하나 만으로도
따뜻하고 싶어라

눈을 감고도
거울처럼 세상이 맑게 보였듯,
문간에서
고개만 슬쩍 치켜들었는데도
저렇게 아득한 우주가 보였으니까
그래, 이젠 고요한 숨결
그 하나 만으로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