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3일 토요일

누룩뱀을 찾아서

누룩뱀을 본 적이 있다
스윽, 풀잎을 스치며 다가오는 소리
그녀의 손가락 마디 마디가
그녀의 길고 긴 혀가
그녀의 굴곡진 허리가
그녀의 가는 다리가
누룩뱀이다
그녀가 벌린
마음의 이빨에 물렸다
심장에 깊은 상처를 내고 달아났다
누룩뱀은 독이 없다고 하는데
혈관을 타고
치유할 수 없는 사랑이 흘러간다
저벅 저벅, 맨발로 핏속을 걸어가는
환청이 들리고
밧줄에 묶인 관이 다리뼈 아래로 떨어지는
환상이 보이고
목 부러진
내 앞의 목련나무의 가지도
달거리 하는
내 뒤의 달빛의 그림자도
뱀의 화신이다 누룩뱀의 환각이다
바닥에 배를 대고
구불 구불, 절망을 향하여 기어간다
높게 쌓아놓은 그의 담을 넘어간다
빈 틈 없이 얹어놓은 그의 지붕을 타고간다
그의 방, 문턱을 지나간다
눈에 보이는 그녀가 허깨비다
헛것을 보았으므로
돌위에 핀 꽃, 석화사를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