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3일 일요일

화덕, 혹은 아궁이

저마다 가슴 속에
불티 크게 번질
화덕이 있는 줄 모르네
마음 속 아궁이에
모진 한 겨울에도
꺼져 재가 되지 않게
고이 간직하고 보살필
숯불이 있는 줄 모르네
스스로 활활 타서 죽어야지
허기진 세상 먹일
밥상 차려 줄 수 있다는 것을
나무도 저를 태워
열매를 맺고 뼈만 남는데
꽃도 저를 태워
향기를 내고 껍질만 남는데
나는 다 타도록
누구에게
무엇을 만들어 주고 가려는지
길을 찾지 못하는구나
내가 뜨거워야지
밥 한 공기
국 한 사발 만들 수 있다네
살을 주어야지
달콤한 과일 얻을 수 있구나
속의 몸을 주어야지
밖으로 그윽하게
향내를 품을 수 있구나
내가 화덕으로 아궁이로
뜨겁게 달아올라야지
배 고프지 않게
한 세상 먹여 살릴 수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