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8일 목요일

사과밭에서

발 아래 사과밭이 깊어서
키 작은 나뭇가지마다
바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나는 물속으로
검은 머리 들락날락하는
새 한 마리거나 무인의 섬을 가졌다
우기의 계절은 끝이 없으니
햇볕 드는 날을 골라
둥글게 잘 익은 바다 하나를 따서
반으로 가르고
물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면
씨앗처럼 갇혀있는 내몸이 보인다
목의 가시처럼 한참 걸려 있어
문득 올려다 본 하늘이 사과를 닮았다
단단하게 여문
저 바다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닫혔던 물길이 열리고
사과가 푸른 시선을 던져버린다
먼 바다에서 시작된 물결에 부딪혀
상흔이 심한 것일까
비바람에 얻어 맞은 열매처럼
내가 수직으로 낙하하는 중이다
축축하게 심해까지 가라앉아서
누워있으니 사과밭이다
내가 사과나무 아니었던가
양 팔에 가득하게 生을 얹어놓고
아득하게 한 해 지내왔으니
이제 바다에 등 맞대고 싶은 것일까
푸른 빛의 열매 하나가
누워있는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