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지는 소귀골에서
가을이 지는 소귀골에서 ......
風香/서태우
백두대간을 흐르는 정기가
돌을 파고 물 되어 고이니
바위와 언덕을 유린하는 수림
끝내 벼랑 끝에 걸터앉은
늙은 일몰을 쫏아낸다
홍양호(洪良浩)
길야앵(吉野櫻) 수백 그루
활이 되더니
꽃으로 부활하였구나
온화한 춘풍(春風) 선 자리
누화(樓花)가지
등 뒤에서 손 흔들며
화계사를 끼고 돌아
떡갈나무잎 즈려 발고
북한산 정상에 서자
인수봉이 얼싸 안는다
백운봉도 반갑다 호들갑떠니
만경봉 뇌성 치며 깔깔거린다
도선사를 끼고 돌자
숨어있던 북한산 가을이
터벅터벅
소귀골로 홀로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