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일 화요일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오랜 시간,
묵혀두었던 순진한 침묵이
방울꽃 딸랑이며
꿈틀꿈틀 문지방을 넘어 서고 있다.

오랜 시간 묵혀두었기에
간장처럼 고린내가 날 터,
순진한 침묵을 장작불에 달구면
온 동네 얼마나 요란스러울까?

아마도,
지나가던 개도 놀라 뒤로 자빠질 것이고,
가만히 있던 고슴도치도 화가나 빳빳하게 털 세울 것이고,
노송나무도 버티다 못 버티고 껍질 벗을 것이다.

손자가 밖으로 나가시는 할머니께 여쭈었다.
˝할머니! 비 오는데 어디 가세요?˝
할머니 말씀하시기를
˝지렁이 밥 주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