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6일 토요일

기린을 찾아가다

정 반대의 남극과 북극
양극에서부터
찬 바람 불고 찬 서리 내려
금수강산, 대한의 계곡까지
마른 잎 가득하고
깊은 골짜기 드러났으니
이제는 더 기다릴 수가 없어
신화 속의, 전설 속의
기린을 찾아간다
내가 찾는 짐승
환수幻獸는
무엇이 두려워 급하게 달아나다
다리가 길어져버린
아프리카의 동물이 아니다
나무 위 먹이를 탐내다가
목이 길어진
우리 속의 기린이 아니다
벌레도 먹지 않고
초목도 밟지 않는
오직 외로 된 마음의 외뿔수
상서로운 기린麒麟이라
상상 속의 현인을 기다리지 마라
먼 옛날의 어느 시대에
기와에도 동경銅鏡에도
흉배胸背에도 살고 있었으니
화창하게 날 풀리고
푸른 잎사귀 돋아나는 날
당신의 가슴을 뚫고
초원으로 걸어나올
뿔 가진 일각수一角獸를 봐라
성군聖君을 기다리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