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3일 수요일

부레옥잠

어제 나에게 전화를 건
여인이 부레옥잠이라는 것을
자주 지나가는 어느 집 문밖에
오래된 돌확이 있어서
풍상을 다 겪은 듯
살 떨어져 나가고 뼈 부서지고
쓸모없이 버려진
세상의 번뇌 다 품고 있는데
보기에 너무 안스러워
장마 그친 날에
부레옥잠 한 뿌리 사다넣었다
햇볕 쨍쨍한 날 하도 많아
축 늘어져 있기라도 하면
물 한 주전자 들고 나가
온몸에 시원하게 뿌려주었더니
어느 틈에 돌확을 확 덮었다
고마워라 부레옥잠
오늘 아침 자주색꽃 예쁜 꽃이
내가 사랑하는 그녀다
길 지나가는 누가 그 꽃 꺾어갈까
마음 놓지 못하였더니
문득 전화가 왔다
누구세요, 아무 말 없는 것이
부레옥잠 그녀다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며
길고 검은 머리 따서 올리고
푸른 비단 옷 입은 것이
필시 먼 조선에 내가 만나서
한 지붕 아래 살았던 여인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