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0일 월요일

사랑 공식.1

님이여 차라리 사랑이란 단어를 제게 보이지 마소서
내 두터운 입술, 잘 마른 가슴으로 사랑을 나누는 게
억겁의 형벌임을 이제사 깨달은 저는 여전히
졸졸졸 흐르는 맷돌 들치며 햇살 헤집던 산 소녀의
손등위에 내린 한 줄기 땀방울에도 다가설 수 없는
버려진 쓰레기 모아 모아 건져온 칠백개의 동전으로
허기진 가족의 허리에 메어주는 사십 여인네의 주름살
그 주름살위에 자리잡은 때절은 소금끼를
맛보지 못하고 돌아서며 사랑은 흔한 거지요
입술에 침 마르기도 전에 찻길 돌아 내려오는
풀풀이 일어서는 먼지들의 합창에도 햇살 내리건만
님이여 차마 사랑을 찾지 못해 돋보기 눌러쓴 허연
세월의 등위에 잠든 세살박이 미소라도 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