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잎에 이슬이 젖는 가을, 이른 새벽시간에 편지를 쓰기는 오래전의 일로 기억되는 시간입니다. 그믐달이 산허리에 걸리고 한밤귀뚜라미 소리에 잠을 설치지는 않았는지요. 스산하게 흐르는 가을밤엔 곁의 외로움이 더해지고 마음속 따스함을 잊어버린 체 지난의 시간은 더욱 쓸쓸해집니다. 그대 안에 내가 자리하고 있어, 사유의 시간에 내안에 은밀히 숨어 숨쉬는 그대의 모습이 어른거립니다. 느낌으로 만져보아도 가슴이 뛰고 손으로 만져 가질 수 없지만 가슴으로 저미어 오는 우리의 그리움은, 늘 고운숨결로 함께 달려가고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 아쉽고 안타까운 사랑의 몫은 언제나 아름다움으로 서로의 가슴에 남게될것을 믿어 봅니다. 바람이 불어와 소슬한 옷매무새를 고쳐도 고운모습이 보입니다. 늦가을 담장 곁으로 올곧게 서있는 해바라기의 줄기를 타고 나팔꽃 넝쿨이 허락 없는 꼬임으로 사랑을 손짓합니다. 아마 가는 빛이 서러워 뒤틀린 심사로 휘감기는가 봅니다.우리의 속삭임도 저렇듯 꼬임으로 올라서면 안되겠지요. 노란 꽃씨를 촘촘히 담으며 함박웃음 해님에게 보내는 해바라기의 사랑을, 우리들의 모습도 그렇게 하나의 해를 향하여 사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긴 생각으로 시간이 즐어듭니다. 지금이라도 곁으로 달려가 팔을 움켜잡으며 보고 싶었다고 여유로운 웃음을 전하고 싶지만 훗날 찾아와 내게 전하는 기쁨을 받아들이기 위해 묵언의 눈빛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성글게 새벽이 깨어나 파란하늘이 트이고 새로운 하루가 열리고 있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괜한 서글픔이 찾아오는 가을저녁에는 노란풀잎에 맺힌 이슬도 가슴에 맺히면 눈물이 된다고 했습니다. 마음으로 흐르는 강은 소리 없이 흐르도록 해야 합니다 언제나 즐거운 날이 함께 하기를 빌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