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4일 금요일

마른 잎을 붙잡다

해 돋고 일월日月
한참 지나간 줄 모르는
길가의 은행나무 한 그루
생기 잃고 말라버린 이파리
여태 붙잡고 있다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애정에 대한
저 무섭도록 무한한 집착
절대로 놓아서는 안 될
연정에 대한
저 거대하고 거룩한 필연
나도 누구를
평생이 아니라 저승에까지
목숨 매달린 밧줄처럼
두 손으로 너의 작은 손을
너의 가는 허리를
붙들고 싶어한 적 있었다
한여름 비바람에
흠뻑 젖어 살 드러난다고 해도
한겨울 눈보라에
한풀 깎여 뼈 드러난다고 해도
영원히 놓치고 싶지 않은
애가 타는 마음이 있었다
손길 뿌리치고 떠나는
어떤 나무의 마른 잎처럼
떨어져 어느 다른 길로 가는
이파리처럼
나를 버리고 가는 것들
사랑이라고 보내지 말아라
마른 잎을 힘껏 붙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