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5일 토요일

계면조

시월에 물들기 전에
무겁게 한 음 꺾은
가을산은 계면조 같아서
제 본색이 드러나는 시간이다
구월의 삶은
원래 슬프고 우울한 것이라서
육자배기처럼 더욱 짙어진
가을 하늘은 눈빛이 어둡다
살 떨리도록 감상이 깊어서
폐를 찌르는 가을 강은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비탈 아래 집을 짓고 머물러 있다
가을 꽃 하나
설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어디서 정인情人의 소문을 들었을까
발 부르트며 다리 절뚝거리며
사랑 찾아가는 마음이 애닯다
목숨 굵고 깊게 흔들어주는
가을 바람이 타령 같다
억새도 몸을 눕히고
날 새도록 흐느끼고 있다
저 애련한 창 그쳤으면 좋으련만
손님 같은 나의 청을
거절하지 않고 서편제 하는
가을의 눈은 오래 전에 멀었다
귀만 열어두었는데
한 가락 들려오는 가을의 무가巫歌
등뼈 녹아내리듯 처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