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으로 수놓은 이 땅의
유월에는
종이 위에 문자로 쓰여진
낡은 경전이 필요한 게 아니다
누구의 말씀보다 더 좋은 것이
우리 마을마다 동네마다
아직 서낭당으로 솟대로 서 있다
대문 열고 들어오면
천장에도 부엌에도 장독대에도
그런 말씀보다 좋은 것이 그득하다
이 땅에 있어야 할 것은
무지갯빛으로 찬란한 이념이나
붉은 깃발로 눈 어지럽히는
사상이 아니다
우리의 산하에는
들꽃 무리 지어 핀 다음에
그 고운 향기가 우물까지 빨래터까지
멀리 퍼져 나가야 하고
우리의 들녘에는
과수果樹 무럭무럭 자라난 다음에
튼실한 열매 맺어
다리 밑까지 달 아래까지
배불리 먹여야 한다는 것이다
쇠 녹이는 그 향기로
生 있는 것마다 고루 쉬어야 하고
마음 죽이는 그 열매로
命 있는 것마다 길게 나누어야 하고
이 땅에 유월이 있어서
무기의 계절이 없어야 하고
금을 그어놓은 철책이 없어야 하고
비무장의 눈빛만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