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일 금요일

그 사람

그 사람 내가 갖기에 너무 귀하고 아까운
사람이었습니다. 너무나 귀하게 느껴져 만날수록 나를 두렵게 만들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생각해 보면 너무나 한참이
지나버린 일인데도 지금까지 잊지도 그리워도 못하며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가끔 오늘처럼 많이 마시게 되는 날이면 찾아가 봐야지, 가다 죽어도 좋은 만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 죽지 않을 만큼만 마시고 내 정신 떠나 찾아가 봐야지
하다가도 그 사람 위해 참아집니다. 내 정신이 아니더래도 참아집니다.
나는 그 사람 언제 한 번 꽉 안아보지도 못했습니다. 꽉 안으면
부서져 버릴까봐, 부서져 날라가 버릴까봐, 조심조심 감싸 안으며 힘
한 번 마음만큼 줘보지 못했습니다.
너무 귀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주인이 아닌 것 같아서 내가 그랬습니다.
그 사람 입술 깨물며 알아듣기도 힘든 발음으로 무언가 말하려 할 때
내가 그래줬습니다.
버릴 땐, 꼭 버려야 할 땐 과감해지라고. 너를 위해 아무것도 못해 주는 놈,
한번 잡아볼, 맞서 싸워볼 능력도 없는 놈 때문에 네 마음
너무 고생시키는거 아니라고. 그런 놈 따위 때문에 이렇게 입술까지
깨물며 가슴 칠 필요 없는 거라고.
그래 놓고 이럽니다. 말은 그렇게 해놓고 내 맘 하나 몇 년째
추스리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지금쯤 아마 아이를 낳을 때가
지난 것도 같습니다. 한때 서로를 위해 죽어도 줄 수 있던
사람들이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 소식조차 전해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얼핏 생각해 보면 예쁜 아이 한 명쯤 생길 때도 됐지 싶습니다.
이제 누군가와 아침에 눈을 뜨는 일에도 익숙해져 있을 거고,
지난 세월의 흔적도 어느 정도 잊혀져 그 나름대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아이를 낳았다면 딸이었으면 좋겠는데, 절대로 내가 바라 볼 일이 아니라
무척이나 쓰려오기는 하지만, 그 사람 꼭 닮은 딸 하나만 낳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그 사람의 표정, 눈빛, 냄새, 성격 꼭 빼다 박은
사랑스런 여자 아이. 그 재롱 단 십분이라도
내 무릎 위에서 지켜 봤으면 그 자리에서 죽는다 해도 소원이 없겠지만,
내가 지금 죽어도 일어나 줄 것 같지 않은 일은 그 사람과의
그 일이 있은 후에 두 번 다시 바라는 습관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이제 그만 마시고 슬슬 일어나봐야겠습니다.
저 앞에 맥시칸 샐러드 집에서 간단하게 한 잔 더하고 가야 잠이 와질 것 같기에
더 취하기 전에 여기서는 그만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그 집 샐러드를 무척이나 좋아했었는데, 하긴 이제 저렇게
어두컴컴한 곳에서 우리들의 상황과 내 취한 눈빛에 속이 상해
눈물 참아가며 으적으적 샐러드를 씹어 삼킬 일은 없어졌으니,
난 그 사람을 위해 한 가지는 해주고 사는 셈이 됐습니다.
참으로 가슴을 칠 수밖에 없는 한 가지 일일 수밖에 없지만.
오늘 오랜만에 큰 돈을 써버려 맥시칸 샐러드 집에서는 외상을
좀 해야겠습니다. 아까 낮에 백화점에서 목걸이를 하나 고른다는 것이
생전 그런 곳에 가보질 안아 너무나 비싼 것을 포장해 다음달 생활비까지
이미 다 써버리고 말아서 말입니다.
오늘 스물다섯 개의 초를 한꺼번에 다 껐을지 모르겠습니다.
생일 케Ÿ恙?초를 한꺼번에 다 끄지 못하면 그해에
감기가 자주 찾아온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기억이 나서 걱정이 됩니다.
하긴 누군가 함께 꺼줄 테니 한 번에 쉽게 끌 수 있겠군요.
외상술은 너무 많이 마시면 안된다는데
간단하게 한 잔 하고 일어나게 될지 잘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