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일 금요일

시의 형제 자매들

서로 닮은 꼴이다

겉모습은 달라도 영혼의 모습은
무계절의 과수원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서있다
시샘바람만 불어닥치지 않는다면
영원의 낙원을 닮은 이 장소에서

한 번의 만남에
천년지약을 맺는 천리인연을 느끼는
시공을 뛰어넘는 혼으로
그들의 붉은 가슴은 만난다
크고 작은 우주를 끼리끼리 지어낸다

눈으로 본 것을 입으로 읊어댄다
매일 아침 자기 안에서 길러낸
한 바가지 샘물 속에서
동해 감포바다에서 솟아난다는
붉은 태양의 얼굴을 찾아낸다

그리고 이 땅의 가난을 아는 그들은
한 바가지 샘물조차
한 모금씩 돌려가며 마신다
시끄러운 위장을 서늘히 씻어내며
애끓는 심정을 가라앉힌다

아침 태양의 용광로에서
빼어낸 한줄기 붉은 햇살
한 조각 붉은 마음으로 짠 옷을
서로 여윈 몸에 걸쳐주며
한겨울 추위를 달래는 법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