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9일 월요일

내 그리움이 당신에게 닿을 수 있다면

달빛 넉넉한 가슴만이라도 좋다
당신이 좋아하던 패랭이꽃,
진한 그리움의 빛깔이라도 좋다
홀로 애태우다 만 설렘의 끝에 돋아나는
홍옥빛 능금나무 싹이라도 좋다
당신의 머리맡에서 밤낮으로 흐르던
유년의 얕은 물살에 잠든 다슬기의 꿈이라도 좋다
가끔씩, 옹아리로 하는 사랑 노래라도 좋다
그래서 봄이 온다면 당신의 꿈으로 피어나고 싶다

뚝방길, 당신의 달맞이꽃이 되고 싶다
제비꽃, 오랑캐꽃, 쑥부쟁이꽃이라도 좋다
당신을 향한 그리움의 한 자락을 덮고
당신이 향하던 길목길목에서
여태 지켜보던 개쑥이라도 좋다
숱한 기억의 촉수를 드리운 채
전설처럼 당신의 어린 시절을 더듬으며
한 아름 느티나무 등걸이 되어도 좋다

겨울, 시린 뿌리를 싸고 도는 어둠이라도 좋다
튼실한 그리움을 키우며 봄을 기다리는
당신의 고운 유년이 내려다 보이는 앞산 허리쯤에서
입술 부르튼 오리나무가 되어도 좋다
당신을 향한 내 그리움의 깊은 곳에서
문득문득 서성이는 별빛을 털어내고
문풍지 틈으로 묻어나는 삭풍을 밀어내며
마른 잎사귀를 밟고 지나는 겨울비를 맞으며
홀로 선 오리나무가 되어도 좋다

내 그리움이 당신에게 닿을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