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태의 시간 / 이경식
1.
가진 것 없어 문 걸지 않았소만
부르는 이 누구요
계절과 함께 나무가 변하기에
물드는 단풍을 보며
사는 꿈을 익혔고
잎새들의 숨소리를 들었으며
떨어지는 낙엽따라
가는 길을 알았을 뿐
…나 아직 일어서지 못하였소
…서럽지도 않을 산이 되면
그대를 반기리다
2.
보일 것 없어 문 열지 않았소만
흔드는 이 누구요
달빛이 어둠을 밀어 하늘을 열기에
구름 위에 누워
글 한 줄 머리에 이고
별들의 노래 들으며
새벽도 어느샌가 언어로 밝기까지
잠들지 않았을 뿐
…나 아직 깨어나지 못하였소
…부럽지도 않을 시인이 되면
그대를 찾으리다
3.
잊지 마시오
잎새 날리면
숨소리 찾아야 할
새봄이 필요한 법이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