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3일 금요일

-해바라기 사랑-

1
해님이 사랑 목마른 섬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금방 뎁혀지는 일회용 사랑 사채를 끌어 쓴
빚쟁이들의 낮은 포복을 일으켜 세운다

2
이런 날은 상처 난 이별들과
함께 잠들고 교접해도 용서되는 날이다
하늘과 헤어짐의 잔을 들지 않아도
배신 없이 따라 도는 해바라기 사랑 날이다

3
가난한 골짝 한 곳도 놓치지 않고
더운 발로 내딛으며 봄 마중 나설 때 입으라고
눈 내려 해 없는 날도 누울 줄 모르는 해바라기는
혼자 스스로 잉태하는 보리순의 숨죽인
잠투정에 이불을 다독였지

4
엇나간 사랑 추스르고
얼굴 내밀고픈 보리순의 꿈길을 자꾸만 막으며
아부지의 보리밟기 끝낸 굽은 등위에
내린 눈이 줄기를 후벼파 흘러도
흐르며 일어서며 하늘 길 풀무질 잊지 않았지

5
일어서 사는 게 힘들면 아래로 떨어지며
춥고 배고플수록 안아주며 비껴줄 줄 아는 뼈들이
다른 길을 내주는 고드름으로
달려 있었고, 땅 바라기하고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