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9일 월요일

이해인의 ´바다 일기´ 외

<여름에 관한 동시 모음> 이해인의 ´바다 일기´ 외

+ 바다 일기

늘 푸르게 살라 한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내 굽은 마음을 곧게

흰 모래를 밟으며
내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바위를 바라보며
내 약한 마음을 든든하게

그리고
파도처럼 출렁이는 마음
갈매기처럼 춤추는 마음

늘 기쁘게 살라 한다.
(이해인·수녀, 1945-)
+ 매미네 마을

매미는
소리로
집을 짓는다.

머물 때 펼치고
떠날 때 거두는
천막 같은 집

매미들은
소리로
마을을 이룬다.

참매미, 쓰름매미, 말매미 모여
온 여름
들고나며
마을을 이룬다.

여름에는
사람도
매미네 마을에 산다.
(정현정·아동문학가, 1959-)
+ 약수터 가는 길

약수터 가는 길,
푸른 숲속 길.

매미소리를 이고 갑니다.
매미소리를 안고 갑니다.
매미소리를 밟고 갑니다.
매미소리를 끌고 갑니다.

푸른 숲속 길,
약수터 가는 길.
(한명순·아동문학가)
+ 초여름

하늘과 산이 손잡고
초록 손수건 흔들고 있네요

강과 들판이 어깨 기대고
초록 꿈을 키우고 있네요

새들과 바람이 입 맞추고
보리밭에서 춤추며
사랑을 노래하네요
(조용원·아동문학가)
+ 여름

해는 활활
매미는 맴맴
참새는 짹짹
까치는 깍깍
나뭇잎은 팔랑팔랑
개미는 뻘뻘
꿀벌은 붕붕
모두모두 바쁜데
구름만 느릿느릿
(권오삼·아동문학가, 1943-)
+ 여름

산 위에 오르면
내 생각이 산처럼 커진다

바다에 나가면
내 가슴이 바다처럼 열린다

파아란 산 위에서
바다에서
내 키가 자란다.
내 생각이 자란다.
(이상현·아동문학가)
+ 여름 냇가

꼴 먹이러
소 끌고 나간 냇가
모래밭엔
여름이 햇살과
뒹굴고 있었다.

아이들은 와- 와-
소리치며
금빛 목욕을 하고

한 뼘이나 더 처진 무게로
머리를 감는
더위 먹은 갯버들

그늘 밑 소 한 마리
끔벅이며
더위를 되삭임할 때면

한 움큼씩
햇살을 주워 담는
사과나무

주렁주렁
여름이 열린다.
(송남선·아동문학가)
+ 여름

여름은 이른 물놀이에
파래지는 아이들 입술로
찾아들구요.

여름은 귀신 이야기에
오싹하는 아이의 등줄기로
지나가구요.

여름은 파랗게 채워지던
아이들의 도화지 위에
남겨지구요.

여름은 뒷마당을 채우는
귀뚜라미의 노래를
들으며 떠나갑니다.
(김현·아동문학가)
+ 여름 낮

꽃들이 덥다고
˝아이, 더워!˝
졸라대니까

나비가
펄럭펄럭
부채질해요.

새들이 덥다고
˝아이, 더워!˝
졸라대니까

나뭇잎이
살랑살랑
부채질해요.
(서정숙·그림책 평론가)
+ 미루나무 그늘

땡볕 따가운 날
미루나무 그늘 품속에
아기가 자고 있다
고추밭에 엄마는
보이지 않고
서쪽으로 바삐 가는 해님

차마 미루나무 그늘은
잠든 아기 곁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매미가 자지러지게
엄마를 부르고 있다.
(하청호·아동문학가)
+ 모기향

퍼런
사과 껍질을
깎아 놓았다.
모기는 배가 아프다고
방바닥에 뒹군다.
나방은 두드러기가 나
가렵다고 날개를 부빈다.
오호, 덜 익은 풋사과를 먹었지
배탈이야 배탈
잘 됐지 뭐
선생님이 열 번은 말했을 걸
헤헤헤
껍질의 냄새만 맡고도
참지 못하는 너. 너, 너
배운 것도 죄 까먹는
너. 너. 너
(안영훈·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심온의 시 ´숨쉬는 돌´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