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내리지 않아라, 너를 보낼 때
차라리 떠날 수 있는 자의
보다 큰 자유를 부러워하며
천재지변을 기다리거늘
보이지 않을 만큼만 언뜻 고뇌를 삼키며
온전함이 없는 세상에 대고
슬프지도 않게 달관한 자의
불균형한 미소를 보내 보나니
기억으론 가장 무거운 손을
바람처럼 가볍게 잡아 스치고
공기처럼 가벼운 몸짓 하나로
또 한 번의 광대 같은 작별을 마무리하는가
다짐을 하면, 비는 고사하고서라도
저 낮게 깔린 구름을 풀고
신이여, 당신은 슬픔처럼
고운 눈도 뿌려 주지 않으시려나
우리의 온전한 완성을 위해
우리의 순결한 가치를 위해
힘없이 돌아선 너의 등을 오히려
밀어내나니
이미 지쳐 버린 발을 이끌고
험준한 산길을 올라간다손
저기 등불처럼 바알갛게 물이 오르는
나의 진실이 거기 있음이여
공기처럼 가볍게 너를 보내고
무릎 꿇고 조용히 참회하나니
우리의 가난한 작별 사이로
어느 새 새벽별 하나가 솟아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