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4일 일요일

박재삼의 ´아름다운 사람´ 외


<아름다운 사람 시 모음> 박재삼의 ´아름다운 사람´ 외

+ 아름다운 사람

바람이 부는 날은
별들이 갈대로 쓸리고 있었다.
강가에서 머리카락을 날리는
아름다운 사람아.

달이 높이 뜬 날은
별들은 손을 호호 불고 있었다.
얼어붙은 강을 보며 고개 숙인
아름다운 사람아.
(박재삼·시인, 1933-1997)
+ 아름다운 사람

공기 같은 사람이 있다.
편안히 숨 쉴 때 알지 못하다가
숨 막혀 질식할 때 절실한 사람이 있다.

나무그늘 같은 사람이 있다.
그 그늘 아래 쉬고 있을 땐 모르다가
그가 떠난 후
그늘의 서늘함을 느끼게 하는 이가 있다.

이런 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매일같이 만나고 부딪치는 사람이지만
위안을 주고 편안함을 주는
아름다운 사람은 몇 안 된다.

세상은 이들에 의해 맑아진다.
메마른 민둥산이
돌 틈에 흐르는 물에 의해 윤택해지듯
잿빛 수평선이
띠처럼 걸린 노을에 아름다워지듯

이들이 세상을 사랑하기에
사람들은 세상을 덜 무서워한다 .
(조재도·교사 시인)
+ 아름다운 사람

바라보면 지상에서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늘 하늘빛에 젖어서 허공에 팔을 들고
촛불인 듯 지상을 밝혀준다.
땅속 깊이 발을 묻고 하늘 구석을 쓸고 있다.

머리엔 바람을 이고 별을 이고
악기가 되어온다.

내가 저 나무를 바라보듯
나무도 나를 바라보고 아름다워 할까
나이 먹을수록 가슴에
깊은 영혼의 강물이 빛나
머리 숙여질까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나무처럼 외로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혼자 있어도 놀이 찾아와 빛내주고
새들이 품속을 드나들며 집을 짓고
영원의 길을 놓는다.
바람이 와서 별이 와서 함께 밤을 지샌다.
(이성선·시인, 1941-2001)
+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싶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싶다.
어느 누구의 가슴 앞에서라도
바람 같은 웃음을 띄울 수 있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헤어짐을 주는 사람보다는
손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곳에서
늘 들꽃 같은 향기로 다가오는
그런 편안한 이름이 되고싶다

제일 먼저 봄소식을 편지로 띄워주고
제일 먼저 첫눈이 내린다고
문득 전화해서 반가운 사람

은은한 침묵의 사랑으로
나도 몰래 내 마음 가져가는 사람
아무리 멀어도
갑자기 보고 싶었다며 달려오는 사람
누군가의 가슴에서
그렇게 지워지지 않는 하나의 이름이고 싶다.
(김기만·시인)
+ 여백이 있는 사람이 아름답다

사람도
여백이 있는 사람이
인간답게 느껴진다.

빈틈이 없고
매사에 완벽하며
늘 완전무장을 하고 있는 듯
보이는 사람보다는

어딘가 한군데는
빈 여백을 지니고 있는 듯해 보이는
사람이 정겹게 느껴진다.

뒤에 언제나 든든한 힘과
막강한 무엇이 꽉 차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보다는

텅 비어있는 허공이
배경이 되어 있는 사람이
더 인간다운 매력을 준다.

여백이 있는 풍경이 아름답듯
여백을 지닌 사람이
더 아름다운 사람이 아닐까?

욕심을
털어버린 모습으로
허공을 등지고 있는 모습이..
(도종환·시인, 1954-)
+ 아름다운 사람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가까운 사람에게 치여 피로를 느낄 때
눈감고 한 번쯤 생각해보라
당신은 지금 어디 있는가
무심코 열어두던 가슴속의 셔터를
철커덕 소리내어 닫아버리며
어디에 갇혀 당신은 괴로워하고 있는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이 두렵고 낯설어질 때
한 번쯤 눈감고 생각해보라
누가 당신을 금 그어놓았는가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
만나야 할 사람과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가리고 분별해놓은 이 누구인가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세상과 등 돌려 막막해질 때
쓸쓸히 앉아서 생각해보라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했는가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더 이상 어쩔 수 없이 초라해질 때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용서하라
용서가 가져다줄 마음의 평화를
아름답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라
(김재진·시인, 1955-)
+ 아름다운 사람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가까운 사람에게 치여 피로를 느낄 때
눈감고 한 번쯤 생각해보라
당신은 지금 어디 있는가
무심코 열어두던 가슴속의 셔터를
철커덕 소리내어 닫아버리며
어디에 갇혀 당신은 괴로워하고 있는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이 두렵고 낯설어질 때
한 번쯤 눈감고 생각해보라
누가 당신을 금 그어놓았는가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
만나야 할 사람과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가리고 분별해놓은 이 누구인가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세상과 등 돌려 막막해질 때
쓸쓸히 앉아서 생각해보라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했는가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더 이상 어쩔 수 없이 초라해질 때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용서하라
용서가 가져다줄 마음의 평화를
아름답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라
(김재진·시인, 1955-)
+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항상 마음이 푸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항상 푸른 잎사귀로 살아가는 사람을
오늘 만나고 싶다
언제 보아도 언제 바람으로 스쳐 만나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
밤하늘의 별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세상의 모든 유혹과 폭력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제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의연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오늘 거친 삶의 벌판에서
언제나 청순한 마음으로 사는
사슴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모든 삶의 굴레 속에서도 비굴하지 않고
언제나 화해와 평화스런 얼굴로 살아가는
그런 세상의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오늘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서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서
나도 그런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미국 시인, 1807-1882)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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