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내리는 겨울비에
검게 젖어있는 나뭇가지
봄날의 꽃잎 같은 것이
주렁 주렁 매달려 있어
문득 눈을 씻고 보니
그날의 속삭임이 붙어있구나
멀리 강 건너 대숲 너머
들려오는 희미한 옛악기소리
나도 모르게 이끌리어
가슴문을 덜컹 열고 말았는가
높게 세운 담벼락 너머
아침 저녁 불어와 마당에 쌓인
봄날의 꽃잎, 겨울비에 깨어난
달싹한 향기에 이슥토록 취하니
시간의 향기 이토록 독하여
봄날의 꽃들을 보내고 나서도
꽃잎의 속삭임 못잊는 나는
오늘도 시의 뜨락 헤메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