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5일 월요일

나태주 시인의 ´안개가 짙은들´ 외


<희망을 노래하는 시 모음>

나태주 시인의 ´안개가 짙은들´ 외

+ 안개가 짙은들

안개가 짙은들 산까지 지울 수야.
어둠이 짙은들 오는 아침까지 막을 수야.
안개와 어둠 속을 꿰뚫는 물소리, 새소리,
비바람 설친들 피는 꽃까지 막을 수야.
(나태주·시인, 1945-)

+ 희망공부

절망의 반대가 희망은 아니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빛나듯

희망은 절망 속에 싹트는 거지

만약에 우리가 희망함이 적다면

그 누가 이 세상을 비추어줄까
(정희성·시인, 1945-)

+ 소금 같은 이야기 몇 줌

이왕이면 소금 같은 이야기 몇 줌
가슴에 묻어 두게나
당장에는 견딜 수 없는 아픔이겠지만
지나고 나면
그것도 다 추억이 된다네

우리네 삶이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
즐거웠던 일보다는 쓰리고 아팠던 시간이
오히려 깊이 뿌리는 내리는 법

슬픔도 모으면 힘이 된다
울음도 삭이면 희망이 된다

정말이지 소금 같은 이야기 몇 줌
가슴에 묻고 살게나
세월이 지나고
인생이
허무해지면
그것도 다 노리갯감이 된다네
(윤수천·아동문학가, 1942-)

+ 신이 내게 소원을 묻는다면

신이 내게 소원을 묻는다면
나는 부나 권력을 달라고 청하지 않겠다.
대신 식지 않는 뜨거운 열정과
희망을 바라볼 수 있는
영원히 늙지 않는 생생한 눈을 달라고 하겠다.
부나 권력으로 인한 기쁨은
시간이 지나가면 시들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생생한 눈과
희망은 시드는 법이 없으니까!
(키에르케고르·덴마크 종교철학자, 1813-1855)

+ 희망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문병란·시인, 1935-)

+ 사람만이 희망이다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박노해·시인, 1958-)

+ 희망의 씨를 뿌리는 거야

씨를 뿌려, 씨를 뿌려
조금이든, 많이든, 전부든
중요한 것은 뿌리는 것이야
희망의 낟알을

뿌리는 거야
너의 미소를,
네 주위에서 반짝이도록

뿌리는 거야
너의 활력을,
삶의 전투에 직면할 수 있도록

뿌리는 거야
너의 용기를,
다른 이의 삶의 장애를 해결하도록

뿌리는 거야
너의 열정을, 너의 믿음을, 너의 사랑을.

뿌리는 거야
아주 작은 것들을,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을.

뿌리는 거야
그리고 확신을 가지는 거야:
각 씨알은
작은 한 귀퉁이의 땅을
풍요롭게 할 거라고
(작자 미상·이탈리아´)

+ 인생의 희망은

언제나 인생은 평화와 행복으로만
살아갈 수는 없다.
괴로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고,
투쟁이 필요하다.

괴로움을 두려워하지 말고
슬퍼하지도 말라.
참고 견디어 나가는 것이 인생이다.
인생의 희망은 늘 괴로운 언덕길
너머에 기다리고 있다.
(베르네르)

+ 인생

인생은, 정말, 현자들 말처럼
어두운 꿈은 아니랍니다
때로 아침에 조금 내린 비가
화창한 날을 예고하거든요
어떤 때는 어두운 구름이 끼지만
다 금방 지나간답니다

소나기가 와서 장미가 핀다면
소나기 내리는 걸 왜 슬퍼하죠?
재빠르게, 그리고 즐겁게
인생의 밝은 시간은 가버리죠
고마운 맘으로 명랑하게
달아나는 그 시간을 즐기세요

가끔 죽음이 끼여들어
제일 좋은 이를 데려간다 한들 어때요?
슬픔이 승리하여
희망을 짓누르는 것 같으면 또 어때요?

그래도 희망은 쓰러져도 꺾이지 않고
다시 탄력 있게 일어서거든요
그 금빛 날개는 여전히 활기차
힘있게 우리를 잘 버텨주죠

씩씩하게, 그리고 두려움 없이
시련의 날을 견뎌내 줘요
영광스럽게, 그리고 늠름하게
용기는 절망을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샬롯 브론테·영국의 여류 소설가, 1816-1855)

+ 절망이라는 씨앗

산봉우리가 폭발하여
불흙에 손발이 묻히고
땅이 갈라져
얼음바위가 등허리를 덮치고
마침내 최후의 순간
그때 비로소 저 밑의 지하에서
한껏 부풀은 씨앗이 터지고
강철을 밀치며
희망은 한 뼘씩 올라오는 것이다

누군가
절망을 던져놓고
우리들을 시험하는 것이었으니
넋을 놓고 주저앉아 있거나
어둠 속으로 달아날 일이 아니므로
오랜 가뭄에 단비처럼 동참하라
흔쾌히 못에 박혀 피를 흘려라

지상에 닿은
비 한 방울에도
무덤에 적신 피 한 방울에도
화들짝 깨어나는 목숨이 있으니
그 모든 절망은
씨앗을 가득 담고 있는
우주를 품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김종제·시인)

+ 희망

바람에 지는 꽃잎을
서러워하지 말자

꽃잎이 떨어진 그 자리에
열매의 속살은 돋으리

서산마루를 넘는 석양을 바라보며
눈물 흘리지 말자

내일 아침이면
눈부시게 태양은 다시 떠오르리

칠흑 같은 어둠 속 폭풍우 앞에서도
두려움에 떨지 말자

이윽고 파란 하늘 저 편
찬란한 무지개가 피어나리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희망의 씨앗을 품고 있다
(정연복)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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