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3일 일요일

억울함에 대하여

작은 삼촌이 벗어 놓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갔다고
억울하게 매를 맞던 날
고야나무 밑으로 끌려 다니며 매를 맞던 날
증조할머니도 내 편이 아니었다
어머니도 내 편이 아니었다
아버지도 내 편이 아니었다
쥐새끼 한 마리만 구멍에서 뽀르르 기어나와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도로 들어간 후
나는 계속 억울했다
움집 아줌마는 뽑지도 않은 호박포기 다시 심으라 했고
사람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곡소리를 안했다고
불효자로 낙인 찍었다
취직할 생각은 하지 않고 시만 쓴다고
외삼촌 한테 종아리도 맞았고
내 첫시집은 마당에 수북히 쌓여 있다가
하얀 재가 되어 날아갔다
자학하며 살아온 내 청춘을 사람들은 즐겼다
피를 토하듯 울어버린 내 인생을 향해
어느 누구는 시비를 걸기도 했다
개새끼들아
입으로만 우정을 얘기하는 개새끼들아
너희들은 무엇이 그렇게 잘났기에
이렇쿵 저렇쿵 말이 많으냐
나는 억울하다
사랑한게 뭐 잘못이라고
내게 할말도 못하게 하는 것이냐
만나는 사람마다 선생님처럼
만나는 사람마다 재판관처럼
입들만 살아서 떠들지만
내 편이 하나도 없어서
나는 억울하다
비겁한 사람들 속에 둘러 쌓여
나는 더럽게 더럽게
더럽게 억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