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겨울에 발을 딛고 섰을 무렵
하늘에서 내리는 눈보다
푸근하고 환하게 네가 나에게 왔다
너는 눈송이보다 하얗게 쏟아져 내렸고
네가 웃을 때마다
하얀 입김은 풀풀 하늘로 올랐다
맑고도 맑은 너의 눈망울에
시린 하늘이 비치면
나는 그 속에 담겨 얼어붙었고
그 눈동자가 하얀 눈을 담으면
나는 더 하얗게 부서져
차라리 쓰러지고 싶었다
아니다, 아니다
어찌하여
눈송이보다 아름다운 널
품었는지 모른다
그냥 바라만 봐야할 너를
뜨겁게 안고 난 후에
너는 눈처럼 녹아 스러졌다
어디에, 어디에서
너를 또 만나
내가 눈처럼 녹아질까
언제, 어느 겨울에
다시 만나 눈보라처럼
서로 쏟아져 내릴까
겨울에 차가운 눈발이 나리면
하얀 그림자 뒤로
가끔씩 네가 스쳐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