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5일 수요일

어느 겨울날의 사랑

계절이 겨울에 발을 딛고 섰을 무렵
하늘에서 내리는 눈보다
푸근하고 환하게 네가 나에게 왔다

너는 눈송이보다 하얗게 쏟아져 내렸고
네가 웃을 때마다
하얀 입김은 풀풀 하늘로 올랐다

맑고도 맑은 너의 눈망울에
시린 하늘이 비치면
나는 그 속에 담겨 얼어붙었고

그 눈동자가 하얀 눈을 담으면
나는 더 하얗게 부서져
차라리 쓰러지고 싶었다

아니다, 아니다

어찌하여
눈송이보다 아름다운 널
품었는지 모른다

그냥 바라만 봐야할 너를
뜨겁게 안고 난 후에
너는 눈처럼 녹아 스러졌다

어디에, 어디에서
너를 또 만나
내가 눈처럼 녹아질까

언제, 어느 겨울에
다시 만나 눈보라처럼
서로 쏟아져 내릴까

겨울에 차가운 눈발이 나리면
하얀 그림자 뒤로
가끔씩 네가 스쳐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