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1일 금요일

순장殉葬

옛 가야의 고령을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흥얼거리며 산보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보라꽃 향기 퍼져오고
푸른 잎 흔들리는 산조散調가 들려
불현듯 능을 열어 젖히니
소복한 여인네가
무릎 위에 가야금을 얹어 놓아
천 년 현을 뜯고
관 열어젖힌 사내는
풀잎 베개에 눕힌 머리 들고 일어나
대금을 만 년 불고 있다
지하의 그 소리가 천상까지 닿아서
마음이 전혀 썩지 않았으니
몸조차 생시 같다
살아서 손길 뿌리치지 않고
한 순간도 말씀 거역한 적이 없어서
둥그렇게 솟은 봉분 속에
가야금 닮은 당신과
대금 닮은 내가 덩그러이 남았다
그러니 오동梧桐의 당신 옆에
내가 죽竹으로 묻혀도 좋겠다
나의 입술과 당신의 손가락이 만나서
윤회의 매듭을 풀고
전생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리라
향기로운 저 가락이 멈추지 않아서
오늘 문득 순장殉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