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8일 수요일

사랑이 여무는 텃밭에는

사랑이 여무는 텃밭에는

-淸夏김철기-

무엇을
우리에게 태동하려는지
줄기의 끝이 도로로 말아 매달고
치렁치렁 가파르게
밤낮없이 숨 가쁘게 솟아오르고 있다

마당 한 편 포도나무
큰 잎사귀 하늘 가린 사이로
알알이 맺어놓는 한 송이 두 송이
당신의 마음씨처럼 새파랗게
세상 단맛 우려낼
새콤한 청포도로 여물고 있다

새벽을 넘어 발길
발목을 적시게 길게 자란
풀숲 사이에서
배추며, 상추 어젯밤 내린 이슬 맛보고
헤비메탈 같다고 느끼는 사이
하늘로 물 뿌리니
연한 잎사귀 무지개 밭고랑 타고 날아다닌다

고추며 옥수수
씨앗부터 커가는 소리 우렁차더니
작은 고추도 꽃 피고
하모니카 불던 옛시절 생각나는
옥수수 벌써 한 망태기 따고
나도 몰래 꿀꺽 군침 삼킨다

얼기설기 세워놓은 나뭇가지
넝쿨 붙잡고 오르다 떨어질까
안간힘 쓰는 오이
까슬까슬한 몸뚱어리 반짝이며 통통히 살찐다

화단에 심어놓은
조롱박 떡잎부터 알았을까
대나무 받쳐놓은 처마끝을 향하여
떨지 않고 매달려 살아
슬픔도 나란히 풀릴
올가을 박속에 무엇이 들었을까
당신도 궁금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