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강을 만나서
물이 물을 만나서
머리를 맞대는 일이란
문을 활짝 열어놓는 일이다
금을 훌쩍 뛰어넘는 일이다
몸을 훨훨 찢고
쭉쭉 가르고 휘휘 섞는 일이다
두 물이 만났으니
그를 지탱해주던 기둥이
우지끈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 일이다
그녀를 감춰두었던 지붕이
폭삭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 일이다
곰팡내 나는 이불을 걷어내고
싱싱한 육신을 드러내서
사물놀이, 곡 소리 듣는 일이다
물과 물이 만났으니
살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고
피를 나누어 마시는 것이고
물의 눈이 되는 것이고
물의 혀가 되는 것이고
물의 귀鬼가 되어
한 마당 판소리 창을 듣는 것이다
한 물이 한 물을 만났으니
새로 방 하나 지어놓고
신음하며 비명지르는 일이다
두물이 되어 흘러가는 일이다
둥둥 둥둥 북을 치면서
세상의 고수高手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