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0일 일요일

북한강 두물머리에서

강이 강을 만나서
물이 물을 만나서
머리를 맞대는 일이란
문을 활짝 열어놓는 일이다
금을 훌쩍 뛰어넘는 일이다
몸을 훨훨 찢고
쭉쭉 가르고 휘휘 섞는 일이다
두 물이 만났으니
그를 지탱해주던 기둥이
우지끈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 일이다
그녀를 감춰두었던 지붕이
폭삭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 일이다
곰팡내 나는 이불을 걷어내고
싱싱한 육신을 드러내서
사물놀이, 곡 소리 듣는 일이다
물과 물이 만났으니
살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고
피를 나누어 마시는 것이고
물의 눈이 되는 것이고
물의 혀가 되는 것이고
물의 귀鬼가 되어
한 마당 판소리 창을 듣는 것이다
한 물이 한 물을 만났으니
새로 방 하나 지어놓고
신음하며 비명지르는 일이다
두물이 되어 흘러가는 일이다
둥둥 둥둥 북을 치면서
세상의 고수高手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