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3일 월요일

겨울 나무가 그대에게

묻지 마시게
내 눈물의 무게일랑

누군들 이 비정한 세상
거친 숨결의 이유 없겠나

다문다문 남은 이파리
계절이 새기고 간 잎맥은
야윈 힘줄로 창백하고

묵은 가지의 헐거운 춤사위에도
바람의 쓸쓸한 눈빛이
묻어 있다네

세월 허덕이며 지나온 그대는
감추인 상처
돌아볼 겨를도 없었겠지만

이제는 넋 모두어
곁에 앉은 사람의 눈을
들여다 보시게나

그리고
두런대는 바람의 약속일랑
초연히
눈 감으시게나

냉한 기류에도
푸른 내 속은 끄떡이 없고

더이상 나의 흔들림에는
이유가 없다네

그저 바람이 있어
흔들리는 것 뿐이라네

시린 눈 감기고 아파
흔들리는 것 뿐이라네

<시마을> 2003. 11월의 우수창작시